Issue 177, Jun 2021
질 물리디
Jill Mulleady
열정을 관통한 시간
하늘 아래, 가족 아닌 낯선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이렇게 잘 헤아려 준다는 게 신기했던 나날이 있었다. 이 사람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가능할 것 같다는 믿음도 있었다. 그러나 사랑은 순식간에 변하는 팥빵과 같다. 달라진 사랑, 불안한 연인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사랑이 그렇게 한 순간에 변하고 순식간에 달라지기 때문이다. 우리에게 익숙한, 19세기 영국화가 마커스 스톤(Marcus Stone)의 'Two lovers' 속 인물들은 이별의 기로에 선 듯하다.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어려운 말을 꺼내려는 듯, 지금의 자리가 불편한 듯, 시선을 피하고 리본만 만지작거리는 여자. 그런 여자가 못마땅한 듯 머리에 손을 괴고, 애꿎은 담벼락만 톡톡 두드리는 남자.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갈색 톤의 배경 속에 나직하게 흐른다.
● 정일주 편집장 ● 이미지 작가, Fitzpatrick Gallery 제공
'Interior of a Forest' 2020 Oil on linen (diptych) 280×290cm Installation view 'Made in L.A. 2020: a version' The Huntington Library, Art Museum, and Botanical Gardens, San Marino, CA November 15, 2020 - February 24, 2021 © the artist and Hammer Museum, Los Angeles Photo: Joshua White